엘리아스 카네티는 198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계 유대인 작가이자 사상가로, 인간 집단의 행동과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해 깊은 통찰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는 문학과 철학, 심리학과 사회학을 넘나들며 글을 썼으며, 특히 저서 『군중과 권력』은 인간 사회 속에서 군중이 어떻게 형성되고,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며, 그 속에서 개인이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되는지를 설명한 명저로 평가받습니다. 카네티는 인간이 왜 군중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지, 권력을 가진 자는 어떻게 대중을 조종하는지를 통찰력 있게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엘리아스 카네티의 생애와 대표 사상, 그의 문학 속에서 군중 심리가 어떻게 묘사되는지, 그리고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엘리아스 카네티
엘리아스 카네티는 1905년 불가리아의 루세에서 태어나 유럽 여러 지역을 떠돌며 성장한 다문화적 배경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스페인어, 불가리아어, 독일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히며 자랐습니다. 그의 가족은 유럽의 반유대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여러 도시로 이주해야 했고, 이러한 유랑 경험은 그가 집단과 소속, 권력과 억압에 대해 민감한 시각을 갖게 만든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공부하며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고, 나치의 부상과 함께 점점 더 집단행동과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오스트리아를 떠나 영국에 망명하였으며, 그곳에서 『군중과 권력』을 포함한 다수의 글을 집필하게 됩니다. 이 책은 30여 년에 걸쳐 집필된 것으로, 단순한 사회 과학적 분석이 아닌, 인류학, 역사, 종교, 신화, 개인적 경험이 어우러진 총체적인 사유의 산물입니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을 단순히 정치 현상으로만 보지 않았고, 인간의 무의식과 본능에 깊이 뿌리내린 현상으로 이해했습니다. 그의 생애는 단순한 작가가 아니라, 사상가로서 사회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의 과정이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로 남아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그가 왜 ‘군중’이라는 말을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생각을 더 깊이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군중 심리
카네티의 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는 ‘군중 심리’입니다. 그는 인간이 왜 군중에 끌리는지, 군중 속에 있을 때 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깊이 분석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보다 군중 속에 있을 때 훨씬 더 감정적으로 변하고, 이성보다 충동에 따라 움직이며, 도덕적 기준이 약화된다고 보았습니다. 군중은 개인의 책임감을 희석시키고, 모두가 함께 움직이기에 오히려 더 파괴적인 행동도 쉽게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시위나 운동이 처음엔 평화로웠다가 군중이 커질수록 점점 과격해지는 현상도, 바로 이 군중 심리 때문이라고 카네티는 설명합니다. 그는 군중이 점점 팽창하고 밀도가 높아질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나’라는 자아는 사라지고, ‘우리’라는 집단의식이 앞서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군중이 단지 물리적인 모임이 아니라, 신념이나 목표, 공포와 분노 같은 감정으로도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종교 집단, 정치 단체, 팬덤 등도 하나의 군중이며, 이들이 특정 목표를 향해 동일하게 행동할 때 그 힘은 엄청나게 커집니다. 청소년들도 이와 같은 군중 심리를 이해함으로써, 왜 어떤 친구나 그룹에 끌리고,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스스로 성찰해 볼 수 있습니다. 카네티의 글은 단지 군중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순간에 자신을 잃기 쉬운지를 경고하고, 개인으로서의 자각을 요구하는 깊이 있는 사유입니다.
권력 메커니즘
카네티는 ‘권력’에 대해서도 독특하고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그는 권력을 단지 정치적인 지위나 힘으로만 보지 않고, 더 본질적인 인간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 두려움을 통제하거나 벗어나기 위한 방식으로 권력을 쥐려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는 권력을 ‘죽이지 않고 이기는 능력’이라고 표현했으며, 권력자는 타인을 조종하거나 지배함으로써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권력의 본질은 단지 전쟁이나 독재 같은 큰 구조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학교에서 친구 사이의 서열, 집단 안에서의 주도권 다툼,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영향력 행사 등도 권력 메커니즘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네티는 권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복종’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권력자가 타인의 반응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순간, 권력은 더욱 공고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그는 ‘무리 속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자는, 언젠가는 자신도 무리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경고를 통해, 권력 구조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지를 말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권력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단지 권위에 복종하거나,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지키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카네티의 문학은 권력을 가진 자뿐 아니라, 그 권력을 따르거나 두려워하는 모든 사람의 내면을 분석하며,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을 강조합니다.
결론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이라는 보편적인 인간 현상을 문학과 철학의 언어로 깊이 있게 풀어낸 작가이자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어느 순간 군중 속에 있는지, 권력에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볼 수 있으며, 우리 자기 생각을 지키고 독립적인 시선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의 통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더 나은 사회와 인간관계를 위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